Nameless

테티스와 놈팽이들

미녀에게는 자주 저주가 따라 붙는다. 미남은 축복이나 받지.
미녀의 저주는 주의사항 같은 거다.
이 여자는 아름답지만 당신을 위험하게 할 겁니다. 조심하세요.

남성은 아름다운 여성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예쁜 여자가 마음처럼 대상화되지 않을 때 욕망은 더해진다.
증폭되고 방향을 잃은 욕망은 가장 쉽고 낡은 방식으로 몸을 튼다.
저주다.

이거, 위험해요.
이거, 가지시려고요?
‘이것’은 위험하고, 위험해서 더욱 아름답다.

주의사항: 당신이 죽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테티스가 이 주의사항 딱지가 붙은 미녀다.
테티스는 아주 아름다운 님프였다.
포세이돈은 물의 요정인 테티스를 곁에 붙들어두고 보내고 싶지 않아했고, 제우스는 테티스에게 끊임없이 구애했다.
둘 뿐만이 아니라 올륌포스 대부분의 남신들이 한번쯤은 사랑했다고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테티스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영웅이 될 거라고 예언했다.
남신들, 특히 포세이돈과 제우스는 얼른 테티스에게서 손을 뗀다.

주의사항: 당신보다 잘난 놈이 태어납니다.

제우스를 비롯한 남신들에게 이 말은 자신의 죽음과 비슷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보다 나은 자가 이미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제우스는 테티스를 인간 남자와 맺어주기로 결정한다.
게다가 너무 잘난 놈을 데려가면 그를 능가하다가 자기보다 잘난 놈이 태어날까봐 무서웠는지, 인간 남자 중에서도 별볼일 없는 놈인 펠레우스를 선택한다.
펠레우스는…….
그에 대해 서술하고 싶은 건 별로 없다.

테티스는 갖은 노력으로 결혼을 거부했지만 결국 펠레우스와 결혼한다.
제우스를 비롯한 남신들은 안심했고, 제우스는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주었다.

우리가 읽을 페이지는 이 결혼식에서 시작한다.

경고문이 붙은 여자들.
같은 구조로 수도 없이 반복되어온 서사의 해체를 시도한다.

주의사항: 껄끄럽습니다.

귤 포장 없이 담습니다